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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작가라는 천형, 즐기거나 부딪히거나
지난 10일, MBC 드라마 극본공모에서는 27편의 예심 통과작을 발표했다. 총 3,258편의 극본이 출품된 가운데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작품들이었다. 올해부터 예심통과자는 한 달간 추가 대본을 집필, 제출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이 추가되었지만 지난해에 비해 응모작은 줄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져온 드라마 작가 열풍이 반영된 결과다. 교육원-> 공모전-> 단막극-> 미니 시리즈 = 엘리트 코스? 현재로서 작가 지망생들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산하 드라마 작가교육원을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습작기간을 거친 뒤 방송사나 제작사가 주관하는 극본 공모전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첫 작품이 방영된 후 단막극 두어 편을 더 집필한 뒤 미니시리즈로 진출하게 되면 신인작가에게는 ‘엘리트 코스’라고 한다. 그러나 경쟁은 첫 단계부터 치열하다. 작가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한 작가지망생은 “강의하는 작가 선생님들의 눈에 띄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가거나 보조작가로라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습작한 극본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말한다. ‘어디서 본 얘기 같다’ ‘재미가 없다’며 서로 밟고 올라가려는 식이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기초반 때는 다들 밝은 분위기지만 상급코스로 갈수록 분위기가 어두워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물론 진급보다 중요한 것은 공모전에서의 입상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는 매년 3000~4000편 가량의 극본이 출품되는데, 입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심사를 맡은 드라마 감독의 눈에 띄면 작품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가장 희망적인 창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드라마 제작사들이 주최하는 극본공모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10월 경 <매거진t>와 옐로우엔터테인먼트(구 옐로우앤실리샌드)가 공동주최한 제1회 ‘숨은 드라마 찾기’ 공모전의 경우 짧은 응모 기간에도 불구하고 800여 편이 출품되어 드라마 작가를 향한 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데뷔 후 신인작가를 기다리는 가시밭길 그러나 공모전 입상은 작가로서 본격적인 가시밭길에 들어서는 것과도 같다. 95년 MBC 베스트극장 극본공모전에서 입상한 노희경 작가는 “데뷔만 하면 일이 밀려들 줄 알았다. 그 전까지는 작가라는 명함을 얻는 게 목표였는데 그걸 잃고 난 데뷔 후에는 1년 동안 일이 없어 운적도 많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작가는 “공모전은 뭔가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확실한 비전이 보일 때까지는 아까운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며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데뷔작 이후 만들어지는 작품이 없이 수년이 흘러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별똥별’같은 작가들이 무수히 많다는 얘기다. 운 좋게 단막극 이후 미니시리즈를 맡게 되더라도 신인 작가의 경우 졸속 기획에 투입될 확률이 높다. 한창 ‘스타 배우’들의 몸값이 높았던 때에는 배우가 캐스팅되는 즉시 드라마 편성이 잡히고, 단기간에 기획부터 대본까지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대본료가 적게 들고 의견 조율이 쉬운 신인작가들을 선호했고, 지금도 기획 하나가 무산되면 그 자리를 급히 채우기 위해 신인작가를 쓰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준비해야 하는 드라마를 그 반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며 배우의 요구와 적은 예산에 맞추다 보면 작품은 산으로 가거나 추락하기 마련. 한 작가는 “나쁜 결과에 대한 비난은 대부분 작가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그 작품 이후 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신인이 ‘독박’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바닥에서 시작해 올라갈 수 있을까? 그래서 작가교육원이나 공모전 등을 거치는 대신 현장에 먼저 뛰어들어 바닥부터 일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기성 작가의 보조 작가나 큰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작가로 일하는 것이다. 이들은 작품에 필요한 자료 조사, 취재를 비롯해 상황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대본 작가에게 제공한다. 전문직 드라마일 경우 그 직업에 대한 디테일한 조사와 답사를, 멜로물인 경우 ‘러브 라인을 만들기 위한 에피소드 50가지’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무수한 회의와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이들의 수입은 월 80~100만원 선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몇 달씩 밀리거나 기획이 변경되면 아예 받지 못하고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 바닥’에서 일해야 하는 작가 지망생들은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한 채 혼자 불안과 싸우곤 한다. 현재 기획 중인 드라마에서 아이디어 작가로 일했던 한 작가 지망생은 “유명 작가 밑에 있으면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우가 열악하고 돈을 받지 못해도 견디곤 하는데 사실 진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아랫사람도 잘 챙긴다”고 말했다. 돈 대신 꿈을 먹고 사는 이들의 꿈은 드라마가 끝난 뒤 올라가는 자막에 ‘극본’이 아니라 ‘구성’으로라도 이름을 올리는 것이지만 사실 그나마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수천 명의 지망생이 꿈꾸는 TOP 20 작가의 길 이러한 모든 작가 지망생들의 꿈은 역시 작가로서 성공하는 것이다.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6년 한 해 동안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채널을 합쳐 방영된 4부작 이상의 드라마는 대략 90여 편, 이 가운데 일반 시청자들이 이름만 듣고도 알만한 작가는 20여명 정도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등록된 작가 수가 2천여 명인 데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등록되지 않은 작가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테니 김수현이나 노희경 작가 정도가 아니더라도 드라마 작가가 어느 정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인기 연예인이 되는 것 못지않게 힘든 일이다.그러나 맨손으로 시작해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상당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극본 외에도 캐스팅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차 ‘누가 나오느냐’보다 ‘누가 쓰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열기는 점점 더해지고 있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MBC 일일 연속극 <아현동 마님>의 경우 <보고 또 보고>, <하늘이시여> 등 수년간 ‘시청률 불패작가’로 이름을 떨쳐 온 임성한 작가의 새 작품이라는 데서도 주목을 받았지만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어떤 행사나 인터뷰도 없이 ‘비밀스럽게’ 방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방송사나 제작사들이 극장 시사회, 촬영현장 공개 등 적극적인 방식의 제작발표회를 통해 사전 홍보에 힘쓰는 경향을 180도로 뒤집은 경우였지만 “작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 지금 드라마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축은 스타 감독, 스타 배우를 거쳐 스타 작가에게 와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MBC 드라마국 최원석 팀장은 “IMF나 청년 실업 등 경기가 어려울 때는 드라마 극본공모전의 응모작이 늘어나는데, 요즘에는 작가의 처우가 개선되었다는 언론 보도의 영향도 받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한 드라마 작가는 “요즘 홍대 근처 찻집에 앉아 있으면 원고에 대한 얘기를 나누거나 시나리오 작법 책을 보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이 부쩍 많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대본료, 넓어지는 작가 영역 높아지고 있는 ‘작가 파워’를 가장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역시 돈이다. 그간 몇 편의 작품을 히트시키며 작가 이름만으로도 드라마를 보고 싶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 A씨는 한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4억 원 이상을 받고 다음 미니시리즈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 B씨가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에서 회당 2천만 원 가량의 출연료를 받은 것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국내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한 작가는 미니시리즈 한 회당 5천만 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다른 인기 작가는 일일드라마 한 회당 1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니 최소 120편으로 기획되는 일일드라마를 집필할 경우 1년 사이 십억여 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또한 과거에는 대본료만이 작가의 수입이었다면 시장의 변화와 함께 작가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배용준, 최지우 등 한류 스타들이 과거에 출연했던 드라마들이 외국에 팔릴 경우 해외판권료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고, 인터넷 상의 대본보기 유료 서비스에서도 일부는 작가에게로 돌아온다. 드라마를 히트시킨 뒤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거나 책을 내는 작가들도 있는데, 지난 해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소울메이트>의 조진국 작가가 올 봄에 발간한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는 13만부 가량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데뷔 후 10년 사이 이러한 변화를 겪어 온 한 작가는 “예전에 비해 계약금 단위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해당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며 “돈 단위가 커진 만큼 경쟁과 시청률의 압박도 훨씬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왕도는 하나 치열한 경쟁, 열악한 대우,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데뷔, 불합리한 시스템과 시청률의 압박을 모두 각오하고서라도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한 작가는 “일을 할 때도 어떤 종류의 글이든 썼다. 무엇보다 글 쓰는 걸 즐겨야 한다”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작가는 “작가인 친구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며 하소연하다가 결국 하루라도 대본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시장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글을 쓰려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쓰고, 고치고, 또 쓰라. 그게 바로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내려진 천형(天刑)이기 때문이다. 3차 출처: http://hahahoho.tistory.com 2차 출처: 베스티즈 1차 출처: 매거진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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