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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거의 밤을 새가며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적의 화장법(Cosmetique de l'ennemi) 언젠가 공주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보라가 추천해 주었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도쿄 기담집(東京奇譚集) 상실의 시대를 제외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글은 읽어본 적이 없다.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 글은 정이 안간다. 모르겠다. 정이 안가는 걸 어떡하겠는가. 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이 책에 적혀있는 것을 보는 그 순간 그 책에서 손을 떼어버린다.
프리즌 호텔1 (Prison Hotel) - 여름 아사다 지로의 책은 거의 섭렵하였다고 자신할 수 있으나, 몇 권 읽지 못한 책 중에 바로 이 책, 프리즌 호텔 시리즈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희열을 동반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토록 찾아 헤맸으나 결국 찾지 못했던 이 책을, 이렇게 만나다니.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 모두 널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어-, 그것이 널 힘들게 했다면 미안해.
나의 진심을 모르겠니? 네가 날 좀 이해해주면 안될까?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을 받았다. 그는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아니, 그 스스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어도, 그는 그 상처로 인한 아픔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늘 가슴 한 구석에 꼭꼭 숨겨두었다. 그는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그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자신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는 자신이 조금만 아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아프게 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그가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듯 아무런 생각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그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그가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그에게 지나치게 잘 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나 잘해주는데.. 그 정도 실수쯤은, 당연히 그가 이해해야 한다고 그 사람은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참고 또 참았던 그 사람의 실수로 인한 상처를 그보다 더욱 큰 분노로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난 배려심이 깊은 사람도, 착한 사람도 아니라고. 난 나쁜 사람이 되어도 좋으니 더 이상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당신의 얼굴만 봐도 분노가 치밀어올라, 곁에 있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은 그제서야 순간순간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그것이 그에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고, 그 사람은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것으로 그를 붙잡으려 했다. 그 사람은 그가 본래 착하고 여리며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에게 동정을 구했다.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붙잡았다. 그가 상처를 받았던 자신의 모든 실수, 행동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자신이 그를 위해 한 행동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의 진심을 그가 오해해서 상처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변명이었을까, 진심이었을까.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 사람를 잘라내면 그 사람은 혼자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그의 배려심은 그것을 용서치 못했다. 그 사람이 혼자가 될 것을 알면서 그렇게 쉽게 잘라버린다는 것은, 그의 신념과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은 그 사람을 잘라버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는 엄청나게 자신을 짓누르는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을 잘라내지 않으면 또 다시 자신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걸 잘 아는데, 이젠 그 사람의 얼굴도 쳐다볼 수 없을만큼 그 사람이 미워졌는데, 그래도, 그는 혼자가 될 그 사람이 걱정되어 쉽게 잘라버릴 수가 없다. 그 사람은 점점 더 동정심을 이끌어내며 그를 붙잡고 있다. 속삭이고 있다. 그것은 다 너를 위한 행동이었어. 이제까지 너한테 너무나 잘해줬던 내 모습을 생각해봐. 그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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